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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사

전쟁추경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33067081

 

여야, 내달 10일까지 '전쟁 추경' 처리

여야, 내달 10일까지 '전쟁 추경' 처리, 최해련 기자,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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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쟁 추경안을 합의 처리하기로 했으며, 4월 2일 정부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예결위 심사 일정이 확정됐습니다. 민주당은 9일 이전 처리를, 국민의힘은 16일 처리를 주장했으나 10일로 절충했으며, 추경안 세부 내용과 항목별 이견은 예결위에서 추후 논의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고유가 대응 에너지 바우처 확대, K패스 환급률 상향 등 민생 완화 방안을 추경안에 담을 계획이며, 규모는 25조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야가 일정에 합의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세부 항목 이견이 예결위로 넘어간 만큼 10일 처리가 실제로 지켜질지는 예결위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합니다. 에너지 바우처·K패스 환급률 상향은 체감 물가를 직접 낮추는 수단이 아니라 비용 일부를 정부가 대신 부담하는 구조여서, 근본적인 유가 충격을 흡수하기보다는 단기 체감 완화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25조원 규모의 추경은 국채 발행으로 조달되는데, 마침 WGBI 편입으로 외국인 국채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와 겹치는 점은 수급 측면에서 다행스러운 타이밍입니다. 다만 재정 확장과 국채 발행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면 금리 하방 압력을 일부 상쇄할 수 있어, WGBI 효과를 기대하는 채권시장 입장에서는 추경 규모와 속도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추경이 '전쟁 대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신속 처리 명분은 충분하지만, 정작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25조원이 적정 규모인지에 대한 공론화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일정 협상에만 집중된 느낌이 있습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이란 무엇이고, 왜 '전쟁 추경'이라고 부르나요?

추경은 정부가 한 해 예산을 확정한 뒤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추가로 편성하는 예산입니다. 전쟁·재난·금융위기처럼 긴급 상황에서 주로 쓰입니다. 이번 추경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물가·환율·경기가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25조원 안팎으로 편성됩니다. 에너지 바우처 확대·K패스 환급률 상향 등 민생 직접 지원이 핵심 내용으로, '전쟁이 만든 고통을 재정으로 완충'하는 성격입니다.

추경 재원 25조원은 어떻게 마련하나요?

크게 두 가지 경로입니다. 첫째는 세계잉여금·기금 여유분 등 기존 재원 활용이고, 둘째이자 주된 방법은 국채 추가 발행입니다. 즉 정부가 빚을 내는 것입니다. 올해 이미 225조원대 국고채 발행이 예정된 상황에서 추경분이 더해지면 국채 공급이 추가로 늘어납니다. 국채가 많이 풀리면 가격이 내려가고 금리는 올라가는 압력이 생깁니다. 마침 WGBI 편입으로 외국인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와 겹쳐 수급 충격이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빚으로 위기를 버티는' 구조임은 변하지 않습니다.

국가 부채가 늘어나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세 가지 경로로 문제가 나타납니다. 첫째, 이자 비용 증가입니다. 국채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대규모 발행을 하면 정부가 매년 갚아야 할 이자도 덩달아 커집니다. 이자에 쓰이는 돈은 복지·교육·인프라에 쓸 수 없습니다. 둘째, 신용등급 압박입니다. 부채 비율이 빠르게 오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낮출 수 있고, 이는 외국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킵니다. 셋째, 미래 세대 부담입니다. 지금 발행한 국채는 결국 미래의 세금으로 상환해야 합니다. 위기 때 재정을 쓰는 것 자체는 필요하지만, 반복될수록 재정 여력이 좁아진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추경 말고 정부가 쓸 수 있는 다른 수단은 없나요?

있습니다만, 모두 한계가 있습니다. 금리 인하는 경기를 부양하지만 지금처럼 유가발 인플레이션이 심한 상황에서는 물가를 더 자극해 한국은행이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환율 개입은 외환보유액을 써서 원화를 방어할 수 있지만 글로벌 자금 흐름을 거스르는 데는 한계가 있고, 외환보유액도 무한하지 않습니다. 유류세 인하는 이미 과거에 반복 사용해 추가 인하 여지가 제한적입니다. 공급 측 대응(에너지 수입 다변화, 전략비축유 방출 등)은 효과가 느립니다. 결국 단기간에 민생 체감을 바꿀 수 있는 수단 중 속도와 규모 면에서 추경이 가장 직접적이기 때문에 정부가 매번 이 카드를 꺼내는 것입니다. 도구가 많지 않은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도구가 많지 않은 것입니다.

해결책이 제한적인 이 복합 위기는 결국 우리 일상에 어떻게 남나요?

가장 냉정하게 보면, 이번 위기는 '빠르게 끝나지 않는 불편함'으로 우리 삶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에너지 바우처와 K패스 환급은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대신 내주는 구조입니다. 체감은 조금 나아지지만, 그 돈은 결국 국채로 마련되고 미래의 세금으로 돌아옵니다. 지금 아낀 것처럼 느껴지지만 나중에 더 내야 할 수도 있는 구조입니다.

금리가 쉽게 내려가지 않으면 대출 이자 부담이 지속되고, 유가가 높게 유지되면 전기·가스·교통·식품 물가가 내려오지 않습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나가는 돈의 항목들이 조금씩 올라있는 상태가 '뉴노멀'처럼 굳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 삶에는? 추경은 위기의 충격을 '완충'해주지만 '해소'해주지는 않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안정되기 전까지, 우리는 정부가 빚을 내서 잠시 막아준 댐 뒤에 서 있는 셈입니다. 댐이 버텨주는 동안은 버틸 수 있지만, 댐을 쌓는 데 쓴 비용은 언젠가 우리 모두가 나눠 내야 합니다. 추경 처리 일정 합의 뉴스보다, 전쟁 종전 소식이 우리 삶에 훨씬 더 직접적인 의미를 갖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