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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사

내가 든 보험과 연금은 안전할까? 사모대출 1.5조 달러가 흘러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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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빗 크레딧 부실, 공개 시장으로 번질까? By Investing.com

프라이빗 크레딧 부실, 공개 시장으로 번질까?

kr.investing.com

TL;DR

  • UBS는 사모대출(프라이빗 크레딧) 부도율이 현재 약 4.4%에서 2026년 말 9~1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중 3~4%포인트는 AI 혼란이 더하는 위험으로 봤어요.
  • 다만 진짜 문제는 부도율 숫자가 아니라, 사모대출·사모펀드에 연계된 레버리지가 은행·비은행 채널을 통해 최소 1조 5,0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연결 구조'에 있습니다.
  • 이 위험의 끝에는 전문 투자기관만 있는 게 아닙니다. 위험은 은행에서 운용사로, 운용사에서 연기금·보험으로, 다시 연금 수급자와 보험 가입자로 한 단계씩 흘러내려갑니다.
  • UBS는 현재로선 시스템 위험은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건 공포가 아니라, 내 노후 자산이 이 사슬에 얼마나 닿아 있는지 알 권리예요.

최근 UBS가 사모대출 시장을 두고 경고성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AI 기술 혁신이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압박하면서 부도율이 두 배 넘게 뛸 수 있다는 내용이죠. 헤드라인만 보면 'AI가 일으키는 금융 위기'처럼 읽힙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분배의 관점에서 다시 읽으면 다른 그림이 보입니다. 핵심 질문은 "AI가 위험한가"가 아니라 "이 위험을 결국 누가 떠안고 있나"예요. 그 답을 따라가다 보면, 사모대출에 직접 투자한 적 없는 평범한 직장인의 연금과 보험까지 사슬이 이어집니다. 위험이 어떻게 가장 안 보이는 곳으로 이동했는지, 한 단계씩 따라가 보겠습니다.

현황 분석

주요 수치로 보는 현황

  • 사모대출 부도율 전망: 현재 약 4.4% → 2026년 말 9~10% (UBS 추정)
  • AI 요인 기여분: 3~4%포인트
  • 시장별 부도율 격차: 사모대출 9~10% vs 레버리지 론 3.5~4% vs 하이일드 채권 1.75~2%
  • 연계 레버리지 규모: 최소 1조 5,000억 달러 (은행·비은행 채널 합산)

숫자가 가리키는 약한 고리

AI는 방아쇠일 뿐, 화약은 따로 쌓여 있었습니다 UBS는 부도율 상승분 중 3~4%포인트를 AI 요인으로 돌렸습니다. 그런데 4.4%에서 9~10%로 가는 전체 상승분에서 AI 몫을 빼도 남는 부분이 있어요. 그 나머지가 어디서 왔는지 보고서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즉 AI를 단독 주범으로 보기는 어렵고, 이미 쌓여 있던 위험에 AI가 불을 댕긴 쪽에 가깝습니다.

시장마다 부도율이 다른 이유 같은 신용 시장인데 사모대출 부도율 전망이 하이일드 채권의 다섯 배 안팎입니다. 이 격차 자체가 사모대출이 그동안 위험을 가격에 덜 드러낸 채 쌓아왔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심층 분석

"레버리지를 안고 있다"는 게 무슨 뜻일까

사모대출이 위험하다는 말의 핵심은 빌려준 돈 자체가 다시 빌린 돈으로 만들어졌다는 데 있습니다.

운용사가 기업에 100을 빌려준다고 해볼게요. 이 100이 전부 투자자에게 받은 돈은 아닙니다. 투자자한테 30을 받고, 나머지 70은 운용사가 은행에서 또 빌려와 합친 100이에요. 이렇게 빌린 돈을 얹어 대출 규모를 키우는 게 레버리지입니다. 적은 자기 돈으로 더 큰 이자 수익을 노리는 거죠.

실생활 비유: 자기 돈 3,000만 원에 대출 7,000만 원을 보태 1억짜리 집을 산 상황과 같습니다. 집값이 10% 떨어지면 손실은 1,000만 원인데, 이건 집값 기준 10%가 아니라 내 돈 3,000만 원 기준으로는 33%가 날아간 겁니다. 빌린 돈은 집값이 떨어져도 그대로 갚아야 하니까요. 사모대출도 마찬가지여서, 부도율이 조금만 올라도 실제 손실은 그 몇 배로 불어납니다. UBS가 위험 규모를 대출 잔액이 아니라 '연계된 레버리지' 기준 1.5조 달러로 잡은 것도 이 증폭 효과 때문이에요.

위험은 사라진 게 아니라 자리를 옮겼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은 위험한 기업대출을 직접 떠안기를 꺼리게 됐습니다. 그 빈자리를 사모대출 운용사가 메웠죠. 그런데 운용사도 레버리지가 필요하니, 은행은 '직접 대출' 대신 '운용사에 대한 대출'로 우회해 같은 위험에 다시 노출됩니다. 위험이 규제가 약한 비은행 영역으로 옮겨갔을 뿐, 사라진 게 아니에요.

그럼 비은행 영역에서 이 위험을 실제로 떠안는 건 누구일까요.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모대출 시장의 주력 투자자는 연기금과 보험사입니다. 이들은 가입자에게 미리 약속을 해둔 기관이에요. 연금은 "나중에 얼마를 주겠다", 보험은 "이 사고가 나면 얼마를 주겠다"는 약속이죠. 저금리기에 국채·예금 금리가 약속한 수익률 밑으로 내려가자, 안전자산만으로는 약속을 못 지키게 됐고,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사모대출로 자금을 옮겼습니다.

여기서 사슬이 한 단계 더 내려갑니다. 위험을 떠안은 기관의 '뒤'에는 보험 가입자와 연금 수급자가 있어요. 위험은 전문 투자기관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그 기관의 약속을 믿는 일반 가계로 흘러내려갑니다.

똑똑한 기관들은 왜 이 위험을 막지 못했나

여기서 자연스러운 질문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인데 위험한 줄 몰랐을 리 없잖아?" 맞습니다. 인지했어요. 하지만 인지가 행동을 못 막는 네 겹의 구조가 있었습니다.

1. 약속의 압박 연기금·보험은 이미 "수익률 몇 %를 내겠다"고 약속해둔 상태입니다. 안전자산 금리가 그 아래로 내려가면,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약속 위반이에요. 안전하게 있으면 확정적으로 약속을 못 지키고, 사모대출에 가면 위험하지만 약속을 지킬 가능성이 생깁니다. 합리적인 기관일수록 후자로 떠밀리는 구조죠.

2. 위험이 지표에 안 잡힘 사모대출은 매일 시장에서 가격이 매겨지지 않고 운용사 장부가로 기록됩니다. 그래서 위험 관리 보고서상으로는 변동성이 낮고 안정적인 자산처럼 보여요. 실제로는 위험한데 장부에는 얌전하게 찍히니, "고수익인데 변동성도 낮은 좋은 자산"으로 분류됩니다. 위험을 인지하는 것과, 그 위험이 측정 지표에 잡히는 것은 다른 문제예요.

3. 책임과 손실의 시점이 어긋남 투자를 결정하는 운용역의 성과 평가는 보통 분기·연 단위인데, 사모대출 부실은 몇 년 뒤에 터집니다. 지금 넣으면 당장 수익률이 좋아져 평가를 잘 받고, 문제는 나중에 다른 사람 임기에 터지죠. "내가 인지한 위험"과 "내가 책임질 위험"의 시점이 다릅니다.

4. 같이 틀리면 무섭지 않음 다른 기관도 다 사모대출 비중을 늘리는 상황이면, 혼자 안 들어가서 수익률이 뒤처지는 게 오히려 더 큰 위험입니다. 같이 틀리면 "시장 전체가 그랬다"는 변명이 되지만, 혼자 보수적으로 굴다 수익률이 처지면 온전히 내 책임이 되니까요.

실생활 비유: 시험 범위가 애매할 때, 반 전체가 찍은 답이면 틀려도 "문제가 이상했다"가 되지만 나 혼자 다른 답을 썼다가 틀리면 온전히 내 잘못이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다들 같은 쪽으로 몰리죠. 2008년에도 똑같았습니다. 다들 어느 정도 알았지만, 약속·지표·평가·군중이라는 네 겹의 압박이 합리적 개인을 위험 쪽으로 밀어넣었어요.

리스크와 과제

1. 보일 때쯤이면 이미 번진 뒤

불투명성이라는 시차 문제 공개 채권은 매일 시장에서 가격이 매겨져 부실 조짐이 즉시 드러나지만, 사모대출은 운용사 자체 평가 장부가로 기록됩니다. 부실이 나도 가격에 늦게, 적게 반영돼요.

실생활 비유: 공개시장 자산이 매일 시세가 뜨는 중고차 거래소라면, 사모대출은 감정가만 적어둔 장부에 가깝습니다. 차 상태가 나빠져도 장부의 감정가는 한참 뒤에야 고쳐지죠. 연금·보험 가입자는 자기 돈이 어디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알기 어렵고, 문제가 장부가 상각으로 터질 때에야 비로소 체감합니다.

2. 연결된 시장은 함께 흔들립니다

UBS는 사모대출과 공개 신용시장이 투자자 중복, 공동 발행사, 금융 구조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014~2016년 셰일 에너지 침체기처럼, 특정 섹터의 부실이 신용 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거예요. 한 곳의 문제가 한 곳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게 연결된 시장의 속성입니다.

시사점

연금·보험 가입자 관점

알아둘 점

  • 사모대출에 직접 투자하지 않았더라도, 내가 든 보험과 부을 연금이 이 사슬의 끝자락에 닿아 있을 수 있습니다.
  • 점검할 것은 'AI가 위험한가'가 아니라, 내 노후 자산을 굴리는 기관이 보이지 않는 위험을 얼마나 떠안고 있는가입니다.

과도한 불안은 금물

  • UBS도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현재 시스템 위험이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 공포가 아니라 '내 자산의 노출 경로를 알 권리'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맞습니다.

투자자 관점

고려할 점

  • 고수익을 약속하는 비유동 자산일수록, 그 수익의 대가로 무엇을 감수하는지(유동성·투명성) 확인이 필요합니다.
  • 장부가 기준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실제 위험이 낮다는 뜻은 아닐 수 있습니다.

향후 전망

단기적 영향 (1년 내)

  • UBS는 현 신용 시장이 AI 투자 붐을 뒷받침할 역량은 갖췄다고 평가했습니다.
  • 다만 기술 관련 레버리지 론에서 스프레드 확대(재평가)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다른 섹터로 번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장기적 변화 (2-3년)

  • UBS는 부도율 상승이 2027년에는 자금 조달 여건을 제약하는 더 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 소프트웨어 관련 손실을 수반한 심각한 경기 침체가 겹칠 경우, 대출 조건이 긴축되며 기업 금융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결론: 위험은 사라지지 않고, 가장 안 보이는 곳으로 옮겨갑니다

이번 UBS 보고서의 진짜 메시지는 'AI발 부도 위기가 온다'가 아니라고 봅니다. 핵심은 위험이 사라지지 않고 가장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했다는 거예요.

은행에서 운용사로, 운용사에서 연기금·보험으로, 다시 연금 수급자와 보험 가입자로. 위험은 단계마다 더 분산되고 더 흐려지면서, 정작 그것을 떠안은 사람은 자신이 떠안았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됐습니다. 고수익을 약속받고 자금을 옮긴 기관의 판단은 결국 가입자의 노후 자산과 묶여 있고요.

그렇다고 당장 불안에 떨 일은 아닙니다. UBS 스스로 현재는 시스템 위험이 아니라고 했으니까요. 다만 이 사슬을 알고 나면,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해집니다. 내 돈이 어디로 흘러가 어떤 위험에 닿아 있는지 묻는 것, 그게 가장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응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이에요.